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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 Chapter 16: Yandere Youngae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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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다림이 길어질 때 쯤,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모조리 머릿속에 넣으려는 듯 더욱 청각에 집중했다.

"티르님은 이 제국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겐 집사의 말은 뜻 밖의 질문이었다. 물론, 아인다르 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사의 말이 어떤 느낌으로 말했는지는 너무 방대한 질문이었기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무언 입니다. 확고한 포인트도 없이 대답하는 것보다 무식해 보이는 것은 없는 법이죠."

"대체 제국이 어떻다는 것과 제가 지금 이러고 있는게 무슨 상관입니까?"

집사의 눈이 살짝 반쯤 내려갔다.

"전대 백작님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전대?"

제국의 철혈무적의 검으로서, 현재 제국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만든 백작계의 최고 장군이자 무인.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가끔, 여관이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데커드 백작가로 들어왔을 때, 떠들던 이야기의 대부분이 전대 백작에 대한 칭송 혹은 그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국 최고의 검 말씀이십니까?"

"그리운 별명이군요."

웃음 짓는 그.

"그럼 묻겠습니다. 데커드 백작가가 최고의 검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전대 백작님, 즉 노스웰 데커드 님이 최고의 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는 당연한 대답이 생각났다. 아무리 전대가 잘했다 해도, 다음 세대의 사람이 잘한다는 보장이 될 수는 없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흥청망청 돈을 써재끼다 슬럼가에 기어들어온 사람도 봤다. 모험가들 중 최고의 검사의 주니어라 떠들던 사람도 팔 다리를 잃고 반병신이 된 사람도 있었고, 몰락 가문의 영애라며 자랑하는 창녀 또한 있었으니까.

"노스웰 전대 백작님이 최고의 검이시겠죠?"

"맞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검이 사라지게 된다면 저희 데커드 백작가, 아니."

'드륵!'

천천히 집사는 주변의 나무 의자를 끌고 와 자리에 앉았다. 그의 하얀 장갑이 눈에 띈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장갑이었지만, 오늘따라 어딘지 모르게 텁텁해 보이는 그런 장갑이었다.

"제국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몇몇이 정계에 관심이 있다는 듯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생각났다. 노스웰 데커드가 사망한 이후로 데커드 백작가는 명성이라는 허울만 남은 껍데기라고 소리를 치던 그들. 노스웰이 없는 동부는 서부에 먹히게 될 것이며, 큰 돈을 벌 수 있는 영지전들이 곧 벌어질 것이라고 떠들던 용병, 빨리 군수품들을 매입해 큰 돈을 벌자고 의견을 나누던 상인들.

"혼란이겠죠?"

"티르님, 당신은 나이에 비해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알고 계시군요. 제겐 기특해보이는 부분이지요."

최대한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는 내 모습에 집사는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서 연민과 함께 슬픈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 머뭇거리며, 그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노스웰 데커드님, 즉 전대 백작님께서는 자신의 뒤를 걱정하셨습니다. 자신이 생명이 다하고 난 뒤 서로 문화 차이, 의견 차이, 그리고 세력 차이로 갈등하던 동부와 서부의 균형이 어그러지게 되는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제국이 갈라서게 되거나, 다른 왕국들이 빌미를 잡아 쳐들어와 이 제국이 무너지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두었죠."

이 이야기에 내가 납치되야 하는 필수성이 들어가 있다는 말에 동의를 표시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다다를까, 나는 궁금함으로 갈증이 일어나 목이 텁텁해지고 있었다.

"그 때 마녀가 찾아왔습니다. 아니 저희 데커드 백작...노스웰 데커드 백작님께서 먼저 접선했을 지도 모르겠군요. 어쨋건 그녀는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

"전승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승. 그가 말하는 것은 트랜스미션, 즉 전대의 사람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

"피로 이어진 혈족만이 가능한 마법이라고 하더군요.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지만, 어쨋건...그 때의 백작님께선 그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해 화를 내며 그녀를 쫓아내듯 축객령을 내렸죠."

그 때를 회상하는 듯 집사의 그립다는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십 년, 이십 년이 지나가며 자신의 아이...그러니 지금의 사무엘 데커드 님께서 검에 재능이 없는 것을 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셨지요. 현재 백작님...그 때의 도련님께서는 그리 검과 무가에 출중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평화주의적인 그런 분이셨죠."

병에 걸린 듯 비틀거리는 사무엘 데커드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다. 잠깐 그의 젊은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집사는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은거지?'

중년의 모습 쯤으로 보이는 집사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노스웰 데커드 님께서는 결국 다시 마녀를 부르셨습니다. 신기하더군요. 이십 년이 지났음에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그녀는 웃으며, 그 때의 마법계약서를 우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부작용 또한 달라지지 않은 그런 내용이었죠. 부작용은..."

난 불안한 예상이 스쳐지나갔다.

"표현하자면 그렇군요. 전승을 받은 자는 극도의 애정결핍과 함께 소유욕, 그리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그런 저주에 걸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숨이 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노스웰 전대 백작님께서는 선택권이 없다는 듯 전승마법 계약서에 사인과 백작령의 도장을 찍으셨고, 그 마법은 계약서를 사인한 직후 바로 발동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기이한 그런 저주를 담은 마법이었습니다. 그리고...도련님의 머리카락과 눈이 은발에 보랏빛 눈동자가 된 것은 그 날 이후였습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그렇군요."

"허나, 사무엘 데커드 현 백작님은 제대로 된 전승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시행자, 즉 노스웰 데커드님의 전승을 받기엔 그는 이미 나이가 들었거든요. 즉...스스로의 사고관념이 확립된채로 마치 이중인격인 마냥 미쳐 날뛰었죠. 노스웰 데커드님은 전승 마법을 마치신 후 평소의 강건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나날이 길어졌습니다. 마치..."

현재의 사무엘 데커드처럼 말이다.

"이 일은 현재 데커드 백작가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사무엘 데커드님께서는 첫 째 아이를 가지시고, 그 아이가 은발에 자색 눈동자가 된 것을 보며 말했습니다."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마치 이야기꾼들의 전설을 담은 꾸며낸 이야기 같아서 믿기지도 않았으며...그럼에도 집사의 말이 기다려지는 것이 불안함 감각을 스쳤다.

"자신의 완성되지 않은 전승을 이 아이를 통해 완성시키겠노라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전승이...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20년이란 세월은 긴 법이니까요. 스스로 가진 사고관념이 전승을 막아, 전승의 완성조건이었던...사건을 일으킨 후에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힘을 보며 그도...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던 노스웰 데커드님께서도 슬픔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녀의 말이 기억나더군요."

[전승마법은 마녀들 계에서도 금지한 저주의 마법이니, 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마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사건이라는 것은..."

"예상하셨던 것이 맞습니다."

나는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랬지만, 집사는 내 예상이 옳다고 말하고 있었다.

"백작님의 본래의 백모님을...살해하신 겁니까?"

밖의 빗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집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녀의 마법은 저주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게 그러하듯 마녀들은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갈증과 함께 그에 관련된 마법은 마법이 아닌 저주라고 하니까요."

잠깐 크게 벼락소리가 일어난 것 같았다. 빛이 지하창고를 살짝 비췄고, 그 때 냉엄하게 변한 집사의 표정이 보였다.

"전승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의 구애와 함께...마무리로 그를 죽이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그 만큼 전대 백작님의 힘은 강력했으며, 동부를 넘어 제국의 희망이셨습니다."

"그럼 저는..."

노엘 데커드. 전대 백작의 손녀이자, 저주 마법의 증명인 은발에 자색 눈동자. 그리고...

"당신이 바로 우리 백작가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유입니다."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마녀의 저주에 들어가는 매개체라 말할 수도 있다.

"아..."

"티르님. 노엘 아가씨께서는 당신을 보시곤 다음 날 은발에 자색 눈동자가 되셨습니다. 마법이자...저주의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 이후로 현 백작님은 전대 백작님처럼 노쇠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

"그 이후 저희는 제일 중요한 당신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며, 어떤 것을 싫어하고 누구를 만나며 어떤 일을 하며...모두가 저와 백작가에 충성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뉘어진 정보였죠."

두려웠다. 그렇기에 도망치고 싶었다는 간절한 본능이 왜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불편한 느낌이 항상 날 옥죄어 왔으며, 그 손은 예전부터 나에게 뻗쳐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왜 옛날에 저를 데려가지 않았습니까?"

"마법의 전승을 위해선 아가씨께 필요한 준비 과정들이 있었으니까요."

모든 것은 노스웰 데커드님의 명에 따라, 집사는 한 틈도 보이지 않게 서서히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노엘 아가씨께서 더욱 당신을 사랑하도록, 그리고 구애하며 결국 스스로 당신을 죽이도록...정확히 5일 전 낮, 당신들을 만나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

어째서 모든 것이 함정이었는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노엘이 아니었다. 현재 내게 모든 것을 집어살킬 듯한 욕망...아니 의무감이 가득한 집사와 그의 무리들이 진실이었던 것이다. 아직 궁금한 점들은 많이 남았지만 더 알 필요가 없다는 듯 집사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제 어떠시겠습니까?"

"예?"

"제국의 안녕과 전대 백작님의 의지...그리고 아가씨를 위해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름 아닌 강요가 가득한 제안이었다.

"죽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잠시 그들의 정적이 이어지고, 요란한 빗소리는 지하창고를 가득 잠재울 것처럼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하문 하시죠."

"...제가 만난 사람들 중 당신들의 편이 얼마나 되어 있었습니까?"

"그 말의 대답은 한 사람으로 해줄 수 있겠군요."

집사가 눈짓을 한다. 그러자...내 눈 앞에는 항상 보고 싶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나타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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