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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 Chapter 14: Yandere Youngae 14

* *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집사님, 옷감들은 저 쪽으로 놔두면 될까요?"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제외하고 보자면, 내가 가진 일은 많이 없었다. 노엘에게 눈치를 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은 없었던 것. 그녀가 다시 날 옥죄어 오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녀가 직접 내게 반지를 줬던 일로 문제가 벌어진 것 때문일까...그 뒤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뿐 그렇다할 강요적인 일은 없었다.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뒤, 나는 시간이 나는 것을 이용해 노엘의 옷이나 내 옷, 그리고 여럿 물건들이 옮겨지는 것을 보곤 '저 또한 시종이니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직접 짐수레를 끌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 전 하인인데 아무 일이 없이 내버려두면 안 될 일이지 않습니까?]

노엘과 식사를 하고 트레이를 치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난 집사에게 일을 달라 말했다. 마치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는 투로 말하니 고심하던 집사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하인들에게 말해서 일감을 분배시켜 보죠.]

그 뒤, 노엘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감들은 내게 넘어왔다. 애초에 대부분의 하인들이 이상하리만큼 노엘과 관련된 일을 피했고, 난 쉽게 시종으로서 새로운 일감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드르륵!'

네 바퀴가 아래에 달린 짐을 옮기는 수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래터로 옮겨진다.

'짐도 별로 없네.'

굳이 할 일을 찾은 내게 준 별 것 아닌 임무. 노엘의 속옷과 내 속옷, 그리고 옷감들이 옷수레에 모여져 있었고, 이것을 빨래터에 내놓으면 새 옷을 받아서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똑! 똑!'

"노엘님, 새 옷들 가지고 왔습니다."

"응."

편한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는 그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수납장에 잘 정리된 옷들을 넣는다.

"침대 시트 갈아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하인들이 했던 스케쥴들이 전부 내게 몰아져왔다. 내가 일이 필요하다 말하니, 기다렸다는 듯 일감들을 넘겨준 기분.

'난 손목이 분질러질 수 있어서 무서워하는건데...왜 여기 사람들은 노엘을 무서워하는거지?'

평소의 노엘은 매우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내게 강압적으로 나오지만 않는다면, 그림 속에 나오는 조용한 영애님이라 할 만한 사람. 천천히 침대 위의 시트를 옷 수레에 넣고, 빨래터로 옮긴 후 새 시트를 받아 다시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많네.'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시트를 갈고 난 뒤, 먼지 털이로 방 곳곳을 털어내고 빗자루로 땅에 떨어진 흙먼지들을 치운다. 사람 한 명 모시는 것도 간단하진 않은 일.

'곧 있으면 점심이네.'

셰프가 거의 완성시켜 놓은 음식을 기다리며, 음식사출구 쪽에서 휘파람이나 불고 있었다. 소매치기에서 하인으로 이제 마음 잡고 일하러 마음 먹었냐면 그건 아니었다.

'기회가 생긴다.'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아직 노엘 주위의 일감만을 시켜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게 주는 일은 외부적인 일도 늘어날 것이다. 모두가 날 그녀의 충성스러운 하인으로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을 때.

'도망치는거지.'

노엘은 내가 가만히 있는 것만 확인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변화를 보이질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난 뒤, 포옹과 함께 키스를 하려는 그녀. 졸리다고 말하며 안아준 채로 다음 기회라 말하며 튕기는게 일상이 되었다. 마치 고위 관료의 총애를 받는 첩이 된 것 같은 기분. 물론 그 고위 관료께서 하는 질문이 심상치는 않았다.

[다른 여자랑 이야기하진 않았지?]

[티르, 하녀들 중 귀찮게 하는 여자 없어?]

[일이 힘들어? 하녀들이 네게 일을 떠넘긴게 분명해. 내가 해결해줄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하지 않으면 끝장나는 그런 질문들이었고, 매번 어떻게든 변명을 하며 능숙하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빨래터에서 하녀와 인사했더라?"

정적. 난 그녀와 같이 이번에 셰프가 잘 만들었다고 자랑을 놓은 티본 스테이크를 먹다 쿡하고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된 인사가 아닌 지나가다 잠깐 눈 인사를 했었다.

'어떻게 그걸...'

눈 인사 쯤이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안면이 트이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노엘님...그게..."

"그 년이 마음에 드니?"

"아,아닙니다!"

이곳의 하녀들 또한 꽤나 미인형의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하얀 피부의 노엘보단 못 생겼다 할 그녀들이었지만, 그녀의 오른 손에 들린 나이프가 섬뜩할 정도로 반짝인다.

"왜 인사를 했어?"

"...그 앞으로 일을 잘 부탁한다고...끄아아악!!!"

버둥거리며 쓰러졌다. 그녀가 어느새 내 검지를 한 쪽으로 꺾어버렸기 때문.

'아...젠장할...'

꺾인 검지를 잡아들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녀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병사들이나 하인들에게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우린 일이 바쁘다네.]

병사들이나 다른 하인들 또한 나와 거리를 두었다. 내게 쏟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느낌. 허나, 만약 그랬다면 몰래 셰프에게 럼주나 담배를 주며, 간식을 얻어먹을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영지에서 만난 년이 있는데..."

"또 창녀촌에서 돈 꼬라박았냐?"

"아니, 내가 이번엔 잘 될 거 같았다니까?"

"저, 안녕하세요?"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나누던 병사들도 내가 가면 무슨 일이 있다며 도망친다.

'왜?'

병사들에게 날 피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명확한 사유는 캐치하지 못했다.

'뭔가 더 꺼림찍한게 있다.'

이 힌트들은 새로운 퍼즐마냥 아리송한 기분을 들게 한다. 아직, 내가 가진 정보들이 부족했다. 마녀를 만난 뒤 3일 날, 검지에 부목을 대고 교회에서 출장올 성직자를 기다리며, 노엘의 머리를 정돈해준다.

'빗질도 해야 되는건가?'

어제 저녁거리를 들고 가기 전, 집사가 건네준 스케쥴 표에 있던 노엘의 머리와 옷 정돈. 집사의 말로는, 백작가의 영애라면 잠시 나갈 때도 항시 머리 정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감이 점점 많아지고 바빠지는 것을 느꼈다.

'스륵!'

얇은 빗으로 빗는데도 부드럽게 어느 하나 걸리지 않고 내려간다. 여자의 머리를 만져본 적이 없던 난 어떻게 정돈을 해야할지 모르고 계속 빗질을 해대고 있었다.

"노엘님...이렇게 하는게...맞나요?"

선임자가 인수인계를 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해본 적 없던 그녀에 관련된 사소한 일까지 도맡게 된 상황. 노엘은 재밌다는 얼굴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티르, 네가 원하는대로 해줘."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저 창문을 깨고 나가 그 마녀처럼 모래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것이다. 부끄러운 홍조를 보이는 노엘에게 그 말은 할 수 없었고, 그저 아침의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내음을 맡으며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노엘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애초에 머리 정돈을 할 필요가 없겠는데...'

오히려 까치집이 돼버린 내 부시시한 머리 부터 정돈을 해줘야할 것 같다. 구겨짐 없이 비단마냥 한 번 흩날린 뒤, 착 가라앉는 노엘의 머리카락. 살짝 곱슬 기운이 있는 까치집이 된 내 머리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었다.

"그럼 이제 욕실로 가시죠."

내 업무는 빗질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난 노엘의 욕실 안내까지 도맡게 되어버린 것. 웃으며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항상 에스코트를 해달라는 듯 끌고 갔으며, 심지어 욕실 탈의실까지 들어가려고 했다.

"노,노엘님. 전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노엘은 평소 잘 때 입던 슬립 차림이 아닌, 잠시 외출용으로 입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웃음기를 머금은 그녀가 날 잡아당기려 했다.

"내 몸에 티르의 향기가 벗어지는데, 직접 씻겨줘야 하지 않니?"

누가 들으면 오해를 살만한 소리를 한다. 그녀가 날 내 방으로 보내지 않았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청한지 벌써 5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거절하게 된다면 그녀의 집착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 동침을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던 것. 물론 어떻게든 진도가 나가는 것은 피하긴 했지만 말이다.

"티르. 어제도 날 건드리지 않았잖아."

"저,저...노엘님. 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직..."

"부끄러움이 많은건 귀여운데."

가운 차림의 노엘이 내 턱을 쓰다듬는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너무 귀여워서...확 잡아먹어 버릴지도 모른다?"

목 뒤로 아릿한 공포가 피어오른다.

"노엘님과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할 뿐입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그래. 티르는 착하고 귀여우니까, 노력해볼게."

노엘이 탈의실로 들어간다. 내가 계산한 바로 그녀의 집착 증세는 그녀와의 진도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처음 노엘과 만난 날에는 손을 잡고 그녀의 성으로 들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직속 하인의 방이라는 곳에서 묵을 수 있었다 생각했다. 허나, 교회에서 나온 뒤 그녀와 같이 내 집에 들렀을 때, 손을 잡는 행위를 넘어 나를 안거나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그녀는 날 놔주질 않았다.

'집착 증세는 대략 3 단계.'

난 현재 상태를 3단계로 분류했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더 단계가 나눠질 것 같았지만, 타인이기에 그녀가 어떠한 동기로 더욱 집착하게 되는 지는 모른다. 현재, 확증적으로 변한 것만 봤을 때 3단계라 판단한다. 1단계는 손, 2단계는 포옹, 3단계는 키스와 동침이 있었다.

'4단계가 가기 전에 도망쳐야 할텐데...'

점점 그녀의 행동이 거칠어진다. 집착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 같다 느꼈으며, 겨우 내가 일을 하러 빠져왔을 때 떨어질 수 있는 수준. 허나 곧 식사 시간이 되면, 난 다시 그녀를 보러 가야 했다.

"티르."

"네, 노엘님."

탈의실 반대편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게 들려오는 목소리.

"곤란한 일이 생겼는데 도와줄래?"

제일 중요한 부분은 그녀의 차림이 어떤 상태인가 였다. 매번 보는 아찔한 속옷 차림에 있는 힘을 다해 이성을 찾던 나날들.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물어본다.

"어떤 일을 말씀이십니까?"

"내가 얘기하긴 좀 부끄러우니, 안으로 들어와서 봐줘."

날 놀릴 때 나오는 살짝 높은 음. 긴장한 얼굴로 난 탈의실 커튼을 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후크 좀 벗겨줄래?"

앞은 보여주지 않은 채, 그녀가 브레지어의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긴 은빛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목선과 그녀의 등이 눈에 사로잡혔다. 부드러운 그녀의 등어리의 라인과 하얀 팬티, 얇은 허벅지와 종아리가 눈에 띈다.

"아...음..."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브레지어 후크를 떼낸다. 작은 쇠고리의 소리가 들린 뒤 풀려났다.

'스륵!'

브레지어가 가볍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멍하니 그 하얀 브레지어를 바라본다.

"고마워. 티르."

옆으로 돌며 그녀가 내 턱을 어루만졌다. 난 급하게 눈을 감았고, 더 이상 진도의 발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부끄러워 하는거니?"

"...예."

"정말 티르는 애기 같다니까. 귀여워서 깨물어트리고 싶어. 하아...티르."

내 품에 들어와 그녀가 옷깃 위의 내 목을 뱀파이어처럼 물었다. 난 그녀의 팬티만 입은 모습을 상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혀와 입술로 그녀는 천천히 내 목을 맛본다.

'제발...'

그녀의 붉은 입술이 내 목을 강하게 빨았다. 그 뒤 만족스럽다는 듯 콧소리를 내며 그녀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나중에 봐."

스쳐지나가듯 그녀의 젖가슴의 옆 라인이 보였던 것이 머리에 맴돈다.

'아...젠장할...'

탈의실에 걸쳐진 둥근 거울. 부목을 한 채로 붕대에 감긴 검지와, 목에 만들어진 그녀의 입모양 마크를 번갈아 바라봤다.

"하아..."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노엘이 샤워를 마치고 붉은 색 드레스를 입은채로 나왔다. 나는 그녀가 벗어둔 속옷을 옷 바구니에 넣고, 천천히 내 옷 또한 바구니에 넣은 뒤, 샤워를 한다. 몸까지 뜨거운 김이 나오는 욕조에 담그며 생각에 잠긴다.

'언제까지...막을 수 있을까.'

그녀의 행동이 점점 과격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무시할 수 없는 강한 매력과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았다.

'정신차려. 영원히 여기서 가둬진채로 살아갈거야?'

다시금 난 의지를 다졌다. 샤워를 마친 후 가져왔던 의복을 입고 나간다.

'그럼, 오늘부터 슬슬 외부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

"티르!"

"으아아!"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타난 노엘의 얼굴. 개구쟁이의 표정으로 붉은 드레스를 자랑하며 그녀가 안겨들었다.

"놀랐지?"

진짜로 놀래서 심장마비가 올 뻔 했다.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아아!...하아...노엘님! 진짜...놀래키지 마세요..."

"티르는 의외로 겁쟁이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슬럼가에서 소매치기를 했데?"

"...그러게요."

보통 이런 장난질 가지곤 놀라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노엘이기 때문.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방에서 기다리시지요. 제가 어차피 아침을 가져다 드릴건데..."

"소풍가지 않을래?"

"예?"

기회는 찾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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