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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 Chapter 13: Yandere Youngae 13

* * *

"마나."

노엘이 베시시 웃으면서 자랑한다. 마나?

"그...마법사들이 쓴다는...특별한 그거요?"

잘은 모른다. 허나, 모험가들 사이에서 간간히 로브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지팡이를 짚고 있으며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은 조심하란 격언이 있다. 그리고 노엘 또한 말했던 사람.

'엘리.'

같이 소매치기 작업을 하다가, 여자 마법사에게 잘못 걸렸을 때...그녀의 재능을 보고 잿빛 마탑으로 데려갔던 날이 기억났다.

[안녕...]

친구가 잘 된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의 아쉬운 마지막 말을 뒤로 하고 소매치기 답게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 사라졌었다. 그 땐 그게 멋있는 줄 알았고...또 엘리에게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내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고 떠났던게...먹혔던거 같다. 둘다 어렸으니까. 소매치기의 직업답게 그렇게 사라지는게 올바른 줄 알았다.

"마법사만 쓰는 능력은 아니야."

노엘이 땅을 끌던 은빛 검을 들어 검집에 넣는다. 버클러가 달칵거리며 그녀의 행위에 맞춰주듯 끌렸고, 난 고급져 보이는 은빛 검집에 꽂힌 검을 빤히 바라봤다.

"잘은 모르겠지만...대단하네요."

"그래?"

강한 여검사가 이상형이라 말했다. 대단하다는 뜻은 여검사로서 그녀가 대단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

'잠깐.'

조심해야할 순간. 그녀의 머릿속 계단을 살펴보면...내가 대단하다 했다, 그녀는 여검사로서 대단하다, 그러니 그녀는 내 이상형이다, 그러니...

"이제 알겠지?"

뜨겁게 포옹을 하자는 듯 양 팔을 벌리며 내게 웃음을 보인다.

'이런 젠장할.'

충분하냐는 듯한 그녀의 말과 함께 난 저 급진적인 행동파 노엘에게 끌려 강제 결혼식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시,신기하네요!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 있는거죠?"

일단 질문을 던진다.

"흐음....잘?"

대단한 대답 납셨다. 그래, 뭐든 잘하면 잘 하지. 사람이 하늘을 날거나 강을 걸었을 때, 어떻게 했냐는 물음에 '잘'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검에서 남색 별빛을 뿜으며 세상을 수놓는 짓을 잘하면 된다고 한다.

"저도 할 수 있나요?"

"어디."

노엘은 가볍게 내 손목을 잡았다. 애정을 부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듯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이럴 때보면 참...아름답고 멋진 여성 같았다.

"무리겠는데?"

"네?"

애초에 바라지도 않은 능력이었지만, 바로 확답을 들으니 김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군요."

"이게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되지 않는 편에 속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마음으론 나만 재능이 없긴 좀 싫은 감정이 끼어있는 생각이었다.

"어쨋건 재능이 없어도 상관없어. 티르는 내가 영원히 지켜줄테니까."

"하하..."

노엘의 말은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 여름 때 그녀와 같이 있으면 한 여름의 더위 쯤이야 한 방에 해결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티르."

"네."

"나랑 모험을 떠나고 싶다고 했잖아."

어제 변명을 급하게 만들다보니 그런 말을 했었다. 살짝 부끄럽다는 듯 몸을 트는 그녀.

"예."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티르랑 내가 여행을 떠나려면 이게 필요할거 같아서..."

그녀가 검은 바지에서 꺼낸 것은 내 기억에도 있는 물건이었다.

'검은 색 케이스.'

반지 케이스처럼 작은 그것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자."

'달칵!'

그녀가 케이스를 연다. 혹시나 약혼반지일까 두려워 그것을 바라보는데...

'응?'

보랏빛 보석이 박힌 은빛 반지였다. 그것이 한 쌍이라 약혼 반지라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서슬퍼런 기운이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상해.'

예전부터 가끔 어떤 물건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 또한 주머니를 털려다가도, 절대 건드리면 안되겠구나 하는 그런 경험들. 그 느낌 덕에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소매치기를 전전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 느낌이 현재 저 반지를 보고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바,반지네요?"

"아버지께 특별히 부탁해서 얻어온 반지지."

웃는 그녀의 모습. 또...개구쟁이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끼는건가요?"

"그럼."

나서서 그녀가 자신의 하얗고 고운 손가락에 반지를 끼운다.

"어때?"

왼 손 약지의 의미는...연애와 사랑, 결혼을 의미한다.

"......"

"빨리 껴봐. 티르."

또 마이너스가 되어 서슬퍼래질 그녀의 표정을 생각하며 급하게 케이스에서 반지를 끼운다.

"흣?!"

오묘한 기분이 내 약지를 통해 맴돈다. 건드리면 안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맞았다는 듯한, 저릿한 감각이 약지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노,노엘님...이게 무슨?"

노엘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 급하게 내 안색을 살핀다.

"티르! 괜찮아? 뭐야?!"

보랏빛 반지 두 개가 서로 빛을 내고 있었다.

"이렇게 아플 리가 없을텐데? 티르! 티르!"

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난 이곳에 온 뒤로 너무 많이 기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

너무 익숙해진 찬장. 내가 배치 받은 하인실보다 그녀의 퀸사이즈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억이 많은 것 같다.

"......"

오늘은 노엘이 먼저 일어나지 않았는지 그녀가 내 왼쪽 허벅지를 안고 자고 있다. 익숙해지는 브레지어와 팬티...그리고 슬립 차림. 저번에는 하늘색이었는데 오늘은 하얀 장미 꽃을 수놓은 브레지어와 팬티 그리고 더 옅어보이는 슬립이었다.

"...뭔 일이야."

그저 반지 하나만 끼웠을 뿐인데, 반지에서 보랏빛이 뿜어져 나오고, 아득하니 정신을 잃었다.

'대체...'

자신의 손가락에 꽂혀있는 보랏빛 보석의 은빛 반지를 바라본다.

'이게 뭘까.'

훔칠 때 가끔 이 반지처럼 꺼림찍한 기분이 나는 물건들이 끼어있었다. 난 그럴 때마다 행상인들에게 매물을 바로 팔아치웠거나 버려버렸다. 재수가 없다는 듯, 가지고 있어선 안될 것 같다는 촉이 내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는 그런 것들. 그 중 제일 꺼림찍해 보이는 반지가 내 손에 끼워져 있었다.

'왜...안 빠지지?'

재수가 없으려니 하고 반지를 빼려는데 꽉 끼는 것도 아닌데 반지는 내 약지에서 떨어져 나오질 않는다.

"깼니?"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 난 그대로 테이블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후우...'

입으로 내는 바람 소리. 긴 담뱃대와 그 끝에 걸쳐진 종이연초. 그리고 연기를 내는 붉은 빛과 담뱃대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챙이 넓은 위가 뾰족한 모자를 쓴 검정 드레스의 여성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신가요?"

"밤, 그리고 모자. 게다가 여성, 그러면 누굴 것 같니?"

애매한 물음. 내 경험 상 그런 부류의 사람군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 동화에서 나온 인상착의를 기억해보았다.

"마녀...십니까?"

"합격."

싱그러운 웃음을 보여주는 그녀는 천천히 담배를 끈 뒤 날 향해 다가왔다.

"얼마나 네 주인이 협박을 하던지 죽을 뻔 했지 뭐니."

"네?"

검지로 내 약지에 걸린 반지를 톡하고 건드리는 그녀.

"이걸로 기절했다며? 급하게 출장 나오느라 연구하고 있던 마법들도 정리하지 못하고 왔단 말이야."

그녀는 내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하소연할 상대가 없는 분노를 내게 표출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아! 죄송하지만 이제 물러나주시길 바랍니다!"

"음?"

"노엘님께선 제가 다른 여성과 눈만 마주쳐도 화를 내십니다. 그러니...절 위해서라도..."

"어머, 꼬꼬마들끼리 귀엽게 노네?"

귀엽게 논다는 수준의 질투가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주인 말에 충성스러운 하인이라. 꽤 매력있는 아이구나?"

"...아이는 아닙니다."

법적으로 성년이 된 18살. 그런데 아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뭔가 화가 샘솟아났다.

"삐진거니?"

"됐습니다. 그냥 이제 나가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진다라는 것을 이야기해줄 마음은 없었다.

"여긴 네 방이 아닌걸?"

분명 이곳은 노엘의 방이었다. 그러니...지금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노엘이 축객령을 내려야지 내가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죠. 하지만, 노엘님께서도 원하실 겁니다."

"그래?"

그녀가 거대한 마녀 모자 사이로 드러난 금발을 뒤로 넘겼다. 천천히 팔꿈치 전까지 덮은 장갑으로 내 코를 누른다.

"뭐하시는 겁니까?"

"얘 네 주인 깨겠다 조용히 말해야지."

마치, 밤 속 은밀한 밀담을 나누듯 속삭이는 그녀. 브이 라인이 길게 내려가 가슴 골이 길게 보이는 드레스가 너무 눈에 거슬렸다.

"......"

"보니, 머리는 명석하고 얼굴은 귀여운데...아직 경험 부족일까? 꽤 귀여운 짓을 하네?"

"예?"

"손."

그녀가 갑자기 내 검지와 중지를 잡는다.

"이런 손은 아주 작은 눈에 띄지 않는 단도를 만지는 사람들이 생기는 굳은 살이지."

천천히 그녀가 내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저어나갔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아니...고의는 아니었어도 죄책감이 있구나?"

"...어떻게..."

노엘을 보며 마녀라고 착각했던 일이 생각났다. 눈 앞의 매혹적인 여성은...내가 살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둑이니?"

"흡!"

난 아주 놀라운 마술을 보는 것처럼, 눈이 커지며 숨소리가 새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도둑이라...도둑에게 꽤 큰 선물을 준 셈이 되어버렸는걸?"

그녀의 말은 이해가 가질 않는 그런 농담 같은 말투였다.

"그 반지 내가 만든 것이거든...의도치는 않았지만, 좋은 선물이 되었을거야."

"좋은 선물이요?"

"자세한 건 주인에게 직접 들으렴."

웃으며 물러나는 그녀.

"아, 얘. 너는 그 반지 이름은 알고 있니?"

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는 웃으며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반지 이름은 '끝없는 동행'이란다. 그것도 주인에게 물어보렴."

"...지금 무슨!"

급히 일어나 그녀가 창문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말리려 침대에서 벗어난다. 노엘이 아직 내 왼 쪽 허벅지를 안고 있었지만, 마녀가 저택의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말려야 했다.

'차르륵!'

마녀가 순간 모래로 변하며, 바람을 따라 흩날린다. 저 멀리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녀.

"어?"

그 말도 안되는 신기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뒤를 바라봤다.

"왜 그러고 있어?"

노엘의 취조를 하는 듯한 얼굴. 난 굳은 얼굴로...천천히 창문을 닫았다.

"추워서요."

변명치곤 참 궁색한 말이었다.

.

"괜찮아? 어디 아픈데는 없고?"

기왕 밤에 깬 노엘은 내 걱정을 해주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내가 쓰러지고 열이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녀 이야기는 해야할까.'

분명 마녀는 이 노엘의 방에서 날 치료 비스무리한 것을 해준 것 같았는데, 용기 있게 노엘에게 마녀가 갔다고 말해줄 수가 없었다. 그 말은 노엘이 제일 싫어하는 다른 여성과 이야기 했다는 방증이 되는 셈이니까.

"이제 괜찮습니다. 노엘님."

"어떻게 되는 줄 알고...걱정했잖아."

가슴팍에 안겨 살짝 울먹이는 노엘.

'미치겠네.'

점점 그녀의 안겨들어오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안겨드려는 그녀.

'물어볼 것도 많은데...'

마녀가 말한 의도치 않은 내게 준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반지가 무슨 힘을 가졌는지...같은 질문들을 해대고 싶었지만, 노엘이 왜 그걸 궁금해하냐며 추궁하면, 마녀와 대화했단 답이 나오기 때문에 또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그리 나오질 않았지만, 알아낼 방법은 조금 있었다.

'슬럼가에도...마녀가 있다는 집이 있었지.'

소문만 무성했지만...아니, 빌어먹을 삶이라도 목숨은 소중한 슬럼가 사람들이 마녀가 산다며, 피하는 이상한 집. 그곳을 찾아가보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그녀를 떼어놓아야 하는게 일 순위였다. 어떻게든 탈출을 해서 이 반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내게 이 반지를 주었는지와 만약 이상한 효과를 가진 반지라면 어떻게 벗겨낼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노엘에게 물어볼까?'

다른 방법으로는 그녀를 설득시켜 반지의 효과라도 알아내는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거슬리는 그 '의도치 않은 선물'이란 것 또한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마녀의 선물...'

애초에 마녀에게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준 선물이라면...흔히 말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그런 것 같아 거슬리기만 했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티를 내지 않고 노엘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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