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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 Chapter 2: Yandere Youngae 2

* * *

"왜...다른 여자랑 말을 섞었어..."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때, 나는 그 때 그녀의 눈을 보곤 잠시 고통을 잊을 뻔 했다. 그 눈은...나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끔 보이는 그런 눈이었다. 종류는 다양했지만, 이것 아니면 죽어도 상관이 없다라는 그런 눈...위험한 그런 것이었다.

마약에 찌든 마약중독자가 돈이 없어 칼을 들고 브로커를 찾아가 배에 칼을 찔렀을 때 봤던 눈이 그랬고, 도박을 했던 사람이 집안 재산을 모두 쏟아부을 때 눈빛도 그랬다. 그저, 지금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눈.

'왜...'

왼 팔을 부여잡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째서 노엘님은 날 보며 분노했을까.

겨우 하루 밖에 보질 않은 하인을 보곤, 갑자기 질투를 부린다는 것 또한 말도 안되는 일이다. 부은 팔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내 하인이지?"

"예..."

"그런데 왜 다른 여자랑 말을 섞다니...이건 꽤나 큰 잘못이란다."

"자,잘못이라뇨? 죄송합니다! 제,제가 하인이 된 것은 처음이라!"

노엘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잘못을 가르쳐주는 친절한 이웃 누이인 것처럼 나의 머리카락을 살짝 씩 쓰다듬어주며 말을 건넨다.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서, 더럽게 몸을 굴리면 널 데려온 난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많이...싫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니, 항상 다른 여자들은 쳐다도 보지 말고, 눈도 교환하지 말고, 또...생각도 하지 마렴. 알았지?"

그녀가 나의 턱을 쓰다듬는다.

"오늘같이 더럽게 입을 놀리는 일이 있을 경우,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아?"

"...체벌 하실 것...같습니다."

"그래. 이해가 빠르구나. 티르."

"예,예!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난 그 때 그녀의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보았다.

"가져온 저녁이 너무 많구나. 괜찮다면, 옆에서 같이 먹어주지 않겠니?"

당장, 이 어긋난 것 같은 왼 손목을 고치러 내려가고 싶었다. 입에서 죄송하지만 이란 말이 나오려고 할 때.

'아.'

살짝 그녀가 아랫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고 말았다. 눈치로 살아온 인생으로서, 지금까지 봐 왔던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는 것은...절대 좋지 않은 결과로 번진다는 것을 안다.

"영광입니다...영애님."

"착한 아이네."

천천히, 그녀가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난 그 때마다 팔이 욱씬거려 참을 수 없었지만, 어렵사리 버텨내는 중이었다.

"오늘...스테이크는 맛이 좋네. 셰프에게 가서 오늘 로스팅이 좋았다고 전해주렴."

"예...영애님."

"티르."

"네?"

"둘만 있을 때는 노엘이라고 부르렴."

"아,아뇨! 제가 어찌!"

또 입술을 깨문다. 온지 첫 날 밖에 되지 않는 시종인이 주인의 이름을 부르다니, 걸리게 된다면 모진 고초를 당할 수 있을 그런 행위였지만...지금 손가락을 살짝 튕겨 내 손목을 꺾어버린 그녀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맞춰줘야 한다...'

만약 여기서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 순간, 내 남은 오른쪽 손목도 꺾여질 것이 확실했다.

"노엘님..."

"하아..."

음? 귓가에 그녀의 짧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이 잠깐...막히셨던걸까.

'달칵!'

허나, 다음에 들리는 것이라곤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치는 소리였으며, 잘게 썬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찍은 그녀가 웃으며 날 바라본다.

"티르."

그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를 썰기 전, 같이 먹자는 말을 했고 그녀는 포크를 내 쪽으로 향해주었다.

'영애님의...입에 들어갔던...'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난 천천히 그녀가 내민 포크 속 아직 따뜻한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고급 소고기의 풍미가 입 안을 감돌고, 부드러운 그 육즙이 끔찍한 현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맛있어?'

"네,네! 맛있습니다!"

노엘은 만족스럽다는 듯 살짝 웃음을 지어주고 있었다. 난 다시 욱씬거리는 손목을 부여잡고, 이제 물러나도 되는지 눈치를 살폈다.

"흠."

그녀는 건네어줬던 포크를 다시 살짝 입에 가져다 대었다. 스테이크의 맛에 취해 나도 모르게 크게 물었던 것을 말이다.

"노,노엘님!"

"왜 묻니?"

포크를 입에서 떼며 웃는 그녀. 손목을 부러트렸다던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입에 넣은 더러운 포크를 입에 넣으시면 안됩니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행동이 너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당연했으며, 그것에 지적을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고작 하루 밖에 되지 않는 더러운 뒷골목 소매치기가 영애에게 예의를 지적할 수도 없거니와, 또 사실 이렇게 말도 많이 섞을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오늘 어떤 걸 배웠니?"

"네,네! 오늘은 데커드 백작가의 하인으로서, 어,어깨와 가슴은 펴고, 걸음걸이는 주인님의 보폭에 맞춰..."

잠시 그녀의 눈이 오묘했다고 해야할까. 허나 매우 빠른 찰나였기에, 잘 알 수 없었다.

"왜 그러니?"

"아,아닙니다. 주인님의 보폭에 맞춰 걷는 것을 생활하여야 하며, 제 1의 조건은 자신의 주인님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을 예티켓을 항시 몸에 배겨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구나. 집사는 그런 부분을 중요시 했으니까. 그럼 이제 잔을 따라주겠니?"

"네!"

옆에 얼음 통에 올려져 있던 와인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했지만...

'한 손이...'

보통 코르크 마개로 딸 때 양 손이 필요한데 현재 난 한 손이 삔 상태였다.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굴리던 때에, 그녀가 말했다.

"따라주렴."

내 손에 들렸던 와인병의 마개는 어느샌가 빠져 있었다.

'마,마법인가?!'

가끔 높은 위치에 있는 영애님들은 마법도 부릴 수 있다고 하던데, 그 소문이 진짜인 것 같아 공포심에 가슴이 무척이나 두근거렸다. 그리고 남은 한 손목도 꺾일 까 두려워, 재빨리 와인잔에 술을 담는다.

"어,어떠십니까?"

살면서 예법을 조약하게 배웠던 난 살짝만큼 와인 잔에 따라주며 물었다.

"티르. 그건 내가 와인을 음미한 후에 묻는 말이란다."

"아...아...죄송합니다."

쿡쿡대며 웃기 시작한 그녀. 그러다 와인잔을 내게 내민다.

"어,어?"

또 먹으라고?

"시종이면 독이 들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아니니?"

맞는 말 같았다. 난 떨리는 손으로 와인잔을 받아들며 와인을 입에 가져갔다.

"......"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독이 한 번에 윽!하고 퍼지는 그런 독이 있는가 하면, 할렘가에서 주로 쓰는 술에 타서 천천히 상대방을 마비시키는 그런 종류도 있었기에.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따라주렴."

"아,알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려다, 공포심과 오묘한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잔을 급하게 따라주었다.

"그럼 가보렴. 아, 집사에게 들르고."

웃으며 드디어 축객령을 내려준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그,그럼 물러나보겠습니다!"

저녁 타임이 끝날 즈음에 다시 돌아와 접시와 빈 그릇들을 가져다 놓아야 할테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돌아가서 삔 손목에 부목이라도 대놓으려 했다.

'탕!'

조용히 문을 닫아야 하는 예티켓도 잊어버린 채 급하게 문을 닫고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음? 제가 설명 드리지 않았나요? 저택을 다닐 때는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달리지 않는다 말이죠."

"지,집사님."

집사는 불편해 보이는 나의 손목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다쳤군요?"

"......"

"치료해드리죠."

그 때 나는, 집사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치료를 하러 가는 것에 의문을 품어야 했다. 어디서 다쳤는가, 혹은 어떻게 다쳤는가를 추궁하거나 아니면 물어보는 수순이 그 깐깐한 집사의 성격으로선 당연한 일이었을 건데, 그는 아무 말 없이 하인실로 그를 데려가 부목과 붕대를 감아주었다.

"다행히 뼈는 만져보았을 때 크게 나간 적이 없더군요."

응급함을 다시 닫는 집사.

"가,감사합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교회에 찾아가서 치료를 받도록 하세요."

"예?!"

교회는 치료를 하기 위해선 내 기준으론 거의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돈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그들이 가진 신을 믿는 기적의 힘은 사람을 치료할 때 큰 힘을 발휘했으며, 그 만큼 다친 사람들이 몰렸고 교회는 치료를 위해선 큰 성금을 내지 않고서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치료비는 백작가에서 부담할 것이니 언제든 저택 내에서 다치게 된다면 치료를 받으러 가세요. 아, 늦은 밤이나 예배 일인 주말의 아침, 점심은 제외하고 말이죠."

"가,감사합니다, 집사님."

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불편하긴 하지만, 비천한 소매치기 범이 언제 교회에서 치료를 받아보겠는가? 최소 몇 주간은 부목을 달고 살며 끙끙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잠시나마 기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팔을 다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사는 내가 다시 그녀의 방으로 올라가 접시를 치우는 일을 제외시켜 주지 않았다.

'아...진짜...'

결국 난 저녁 타임이 끝나가는 무렵 대략 9시 쯤 되는 시간에 그녀의 방 문 앞에 섰다.

'똑! 똑!'

혹시나 다른 손목도 부서트리지 않을까, 그녀가 싫어할만한 일들을 생각해본다. 허나, 오늘 처음 본 노엘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유추할 순 없었다.

'로스팅이 잘 된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것...외에는 없네.'

혹시나 명령한 것을 빨리 처리하지 않는 걸 싫어할까봐, 급히 치료를 받고 셰프에게 가서 노엘이 로스팅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셰프는 기뻐할 줄 알았는데 흠칫하며 '그,그런가?'라고 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가 하며 넘어갔었지만 제일 중요한 점은 그녀가 책 잡을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들어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번 숨을 고루 내쉰 후 마음을 다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

"무슨 일이니?"

그녀는 놀랍게도 실크로 된 안이 전부 비치는 얇은 시스루 슬립을 입고 있었다. 하늘 색 슬립은 레이스가 달린 브래지어와 팬티의 선을 그대로 보여줬으며 난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뒷걸음질을 쳤다.

"아...아...저녁을 치워드리...아니, 접시들을 가지러 왔습니다."

"아, 테이블에 그대로 놔뒀으니 가져가면 돼."

시선을 피하며 급하게 테이블로 다가가 트레이에 접시들을 담는다.

'아, 진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은 그녀의 속옷 복장. 아마 잠을 청할 때 저런 슬립을 입고 자는 모양이다. 침대에 앉아 제목이 보이지 않는 갈색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엔 너무 선정적이라서 코피가 흐를 것만 같았다.

"티르."

"네?"

고개는 피하며 그녀의 말에 대답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저,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급히 문을 열려 하지만, 빌어먹게도 한 쪽 손이 부목을 대고 있기에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이 더럽게 큰 문을 열기엔 한 손엔 트레이를 한 손은 부목을 대고 있어 곤란한 상황.

"곤란해보이네."

노엘의 말 소리가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바로 옆에 그녀의 보랏빛 눈이 날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자."

웃는 그녀의 얼굴. 속옷 차림의 그녀는 어느샌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손목을 다치게 해서 문을 열기 힘들게 만든 것이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도움을 준 것은 뺨 때리고 어루만지는 이상한 일이었지만, 귀족이 시종인을 자기 성깔대로 다룬다 하여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트레이를 셰프 실에 반납하고, 겨우 하루 일과가 끝나 하인실로 돌아온다.

"자, 따라오시죠. 씻을 곳과 잘 곳을 안내해드리죠."

집사의 안내에 따라 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여긴..."

"노엘 아가씨의 직속 하인이 거주하는 방입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노엘의 방보단 작았지만 어지간한 귀족들이 살 법한 그런 느낌의 방이었다.

"이곳에서 저 연결되는 파이프를 통해 종 소리가 울리면 노엘님께 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 방은 노엘의 방의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위에서 내려온 파이프가 침대의 옆 칸에 장식인 양 위치해 있었고, 노엘이 위에서 종을 울리면 그 소리에 반응해 즉각 올라가 그녀의 요청을 들어드려야 한다고 했다.

"씻는 곳은 시종인 전용인 곳이 있으나...기본 적으로 노엘 아가씨가 사용하시는 전용 욕탕을 이용해야 할 겁니다."

"예?"

욕탕을 쓰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족이 쓰는 욕탕을 쓰란 소리, 그것도 영애의 몸이 담가졌던 그런 탕을 쓰란 소리가 아닌가?

"직속 하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에게 할애해야 합니다. 언제든 살해, 납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존재가 큰 귀족가의 아가씨들이기도 하죠. 그런 아가씨의 제일 마지막 마지노선은 이곳의 기사들도, 경비병들도 아닌 당신입니다."

"...그렇군요."

"그렇기에 당신이 직접 욕탕을 사용하며, 노엘 아가씨에게 피해가 갈 이상한 점들을 파악하여 면밀히 제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집사의 말에 따르면 노엘의 방, 생활공간, 다니는 곳, 욕실 등등 전부를 훑으며, 이상한 점을 찾아내는 것이 직속 하인의 의무라고 했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집사는 아무 일도 아닌 양, 욕실을 소개시켜 줬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욕실을 혼자 독차지하며 사치스러운 목욕을 하게 되었다.

"음?"

그리 후각이 예민한 편은 아니다. 허나, 백작가에 들어와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일까, 맡은 기억이 있는 그런 향기가 코 끝을 맴돈다.

"뭐지..."

도둑 생활을 전전한 경험 덕일까,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급히 욕탕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착각...인가...'

천장에서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노엘을 위해 뎁혔던 아직 가시지 않은 온수의 사치 때문에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 피곤하기도 했고...'

불편하게 왼 팔의 부목을 풀지 않은채로 욕탕에 들어왔다. 그 공포스러운 순간을 잊지 못한 채 잠시 부목을 바라봤다.

'그런...일도 있었으니까.'

난 그저 신경이 예민해졌을거니 하고 넘겼다.

"속옷과 옷가지들은 이 바구니에 넣고 문 밖에 내어놓으면 새벽에 하녀들이 가지고 가서 빨아줄 것입니다."

새 옷은 매일 다른 바구니로 앞에 들여놓는다고 말해준 집사. 모쪼록 잘 자라는 알 수 없는 인삿말을 남기고 그가 떠나갔다.

"후아!"

푹신한 침대의 시트감을 느끼며,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침대에 풀썩 눕기를 해본다. 비싼 여관에도 이 정도의 푹신한 시트감은 절대 맛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향도 피워주네?'

옆을 보니, 작은 향로가 있었고 그 안에서는 부드러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귀족들 중 불면증이 심하거나, 심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자주 아로마라는 향기나는 연기를 낸다고 하던데 오늘 힘들었던 날 위해 집사가 특별히 피워준 것이라 생각했다.

'아...그래서인가...벌써 노곤하네...'

아랫 속옷만 입은 채 난 서서히 눈이 감겨왔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

잠시 눈을 떴다 생각했다. 내 앞에는 아까 봤던 시스루 슬립을 입은 노엘이 몸을 맞대며 내 위에 누워있는 듯 싶었다. 내 목을 휘감고 천천히 날 햝거나,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사...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난 저녁에 봤던 그녀의 복장이 너무 강했기에 그런 꿈을 꿨다 생각했고 다시 눈이 감겼다.

"일어났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집사.

"아,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늦잠을!"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어제 급하게 들어온 하인에다, 손목까지 다쳤으니 지정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 집사님. 어제 향초 감사합니다."

"향초...말씀이신가요?"

"네."

집사는 급하게 옷을 입는 내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일단 채비를 하시죠."

"예?"

"치료를 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둘째 날. 난 교회에 갔을 때 틈을 봐서 도망쳐야 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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