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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 Chapter 5: Yandere Youngae 5

* * *

바스타드 무리들은 현재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뭇거렸고, 나 또한 쓰러진 시신으로 변한 녀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살인. 지금까지 도망치거나, 소매치기를 하다 잡혀 싸운 적 밖에 없던 내겐 큰 공포였으며, 또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끔찍한 종지부였다.

"......."

아무리 봐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내 눈 앞엔 내 칼에 찔려 눈이 뒤집힌 채로,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시신 한 명 뿐. 경동맥을 제대로 찔렀는지 기도가 그대로 막혀 쇼크사한 모양이었다.

"이,이 새끼!"

아무리 길거리 패거리 놈들이라도, 자신의 동료에 한 번에 죽은 것을 보며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바스타드 놈 중 한 명이 고함을 지르며 성을 내지만, 양아치 패거리와 살인자는 아주 큰 격차가 있다.

"뭐,뭣들 해! 쳐!"

슬금슬금 다가오지만, 자신도 저렇게 쓰러져 시체가 될까 두려워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들.

"아..."

작은 한숨 소리. 나는 내 심장이 아까 전 노엘이 안을 때보다 더욱 격하게 뛰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그런 식으로 찌르면 돼."

천천히 옆에 서 있던 노엘이 내 손목을 쓰다듬는다.

"뭐해?"

그녀의 귓속말. 마치, 신을 믿는 신부를 타락시키는 여악마처럼, 또 왕실을 몰락시키는 한 명의 귀부인마냥 그녀의 귓속말은 달콤했고, 또 맴돌았다.

"날 지켜줘야지."

그녀를 지켜야 한다.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에서 노엘을 무사히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내 목숨은 지금 눈 앞에 쓰러진 시체처럼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덤벼..."

고민할 시간은 짧았다. 다시 단도를 들고 어색하지만 자세를 취한다.

"이,이 새끼야!"

그들이 초짜 양아치들이 아니었다면, 잠깐 머뭇거린 날 향해 바로 둔기를 휘둘렀을 것이다. 동요했던 바스타드 패거리들이 늦게나마 달려들며 몽둥이를 휘두른다.

"끝까지 봐."

그녀의 조언. 내 눈은 소매치기를 할 때처럼, 상인들의 주머니를 노릴 때, 혹은 상가에 진열된 빵을 집을 때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훤히 보이는 녀석의 궤적.

"흣!"

급하게 녀석의 몽둥이를 피하고, 무방비한 허벅지로 단도를 찔러든다.

"끄아아악!"

쓰러진 녀석. 한 번 살인을 했다고 하지만, 녀석들을 죽이는 것을 고민하는 그런 칼놀림이었다.

"이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야. 돼지굴에서 살아가는 축생일 뿐."

"허억! 헉...허어..."

숨 소리가 새어나온다. 옆에서 응원하듯 말을 건네는 노엘. 녀석들은 진짜 축생일까? 삶을 보자면 그렇다. 가난한 빈민촌을 다니며 고혈을 빨며, 납치나 강간, 폭행을 일삼는 이것들의 삶은 살리기보단 죽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허나...

'못하겠어.'

녀석의 목, 심장 부근에는 차마 손을 쓰지 못하고, 허벅지를 찔렀다.

"자, 다시 해봐."

기쁘다는 그녀의 눈빛이 내 눈에 스쳐든다. 왜 일까. 그녀는 이 상황에 평범한 아가씨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겁에 질려있지 않았다. 그저 매우 기쁘다는 웃음만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씨발!"

한 패거리 녀석이 달려들었다. 전부 몰아붙여 상대했다면 이미 박살났을게 확실하다. 허나, 녀석들은 날 두려워하고 있었다. 피를 질질 흘리는 시체 하나와 비명을 삼키며 허벅지를 감싸쥔 한 명. 그로 인해 녀석들이 보는 눈은 비참할 정도로 끔찍한 살해 현장이었다.

'텁!'

전력으로 막아야 했다. 옆으로 단검을 휘두르고 달려드는 녀석의, 팔꿈치를 발로 차며 녀석을 엎어트렸다.

'꽈악!'

그대로 손으로 녀석의 목을 움켜쥐며, 칼을 녀석의 눈 앞에 겨냥했다.

"꺄아악!"

노엘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 소리는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아닌, 마치 재미난 것을 보고 지르는 비명과 같았다.

"장님 만들고 싶으면 들어오던지."

다른 이들을 노려보며 단도를 가까이 한다.

"으아아..."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리는 것 같은 녀석. 눈 앞에 칼이 서서히 다가오니 공포에 물든 모양이다. 벌써 세 사람. 열 명 남짓한 놈들 중 남은 녀석들이 선뜻 다가오질 못한다.

"꺼져."

"씨,씨발놈이! 니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모르겠다. 빌어처먹을. 살인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난 그저...난...

"눈은 두 개잖아?"

그녀가 내 단도를 쥔 오른 손목을 잡아준다.

"한 개 정도는 없어도 협박은 잘 통할걸?"

'푸욱!'

가볍게 그녀가 손목을 잡고 밀어버리니, 단도가 그대로 목을 움켜쥔 녀석의 눈에 꽂힌다.

"끄아아아악!!!!!"

슬럼가에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모두가 질겁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자. 이제 이야기가 더 쉬워질거야."

그녀의 목소리. 제발 날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목을 움켜쥔 손을 풀려던 녀석이 양 손으로 찔려든 눈을 잡고 바둥거리고 있다.

"하아..."

천천히 칼을 움켜쥔 채 일어난다. 기뻐보이는 그녀의 웃음이 날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손이 떨려오지만, 멈출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슬럼가, 그것도 바스타드 패거리는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질긴 빈민들의 사냥꾼들이기에.

"오,오지마!!!"

허벅지를 움켜쥐고 쓰러진 녀석이 비명을 지른다. 옆에 애꾸가 되어 피를 철철 흘리는 다른 녀석을 보다 녀석도 오줌을 지린 듯 하다.

"길 열어."

진짜로 눈을 찔러버린 것을 보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녀석들.

"이,이 살인마!"

"괴물새끼!"

녀석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돼지들이 짖기 시작하네."

웃으며 노엘이 녀석들을 바라본다.

"여,여자부터! 그래 여자부터 잡아!"

인질을 잡으려는 녀석들. 이미 칼부림이 일어났다. 녀석들도 물러날리가 없다는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퍼억!'

한 녀석이 달려들며 몽둥이로 노엘을 쳐내려 했고, 난 순간 몸을 날려 왼 팔로 그것을 막았다.

'푹!'

동시에 녀석의 겨드랑이에 칼을 찔러넣었다.

"놔둬..."

왼 팔이 저릿하다. 허나, 노엘에게 손목이 꺾일 때보다야, 훨씬 덜 아픈 그런 느낌이었다.

"끄아아아악!!!!"

한 손으로 겨드랑이를 막으며 발광하는 녀석. 이미 손 안에 들었던 몽둥이는 저 멀리 던져버렸다.

"이리로!"

그 사이 틈새가 생겼다. 놓치지 않고 노엘의 손목을 잡은 채 녀석들의 틈바구니 안에서 그저 발을 내질렀다. 공포에 질린 다른 녀석들이 급히 길을 텄기에 더욱 활로는 넓어졌다.

"자,잡아!"

"빨리 뭐해!"

다른 멀찍이 있던 녀석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 말을 들을 녀석들은 없었다. 결국 포위를 뚫은 둘. 조금 멀어지자 그제서야 쫓기 시작한 놈들.

"흐음."

그녀의 간을 본다는 듯한 뉘앙스의 의성어가 들려온다. 이상할 정도로 노엘의 걸음은 빨랐다. 보통 여자가 소매치기로 단련된 내 발걸음을 맞춰 달린다는 느낌. 하얀 실크 드레스에 단화를 신고 있던 그녀의 속력이 나랑 비슷했다.

"저기로 간다! 잡아!"

"포위해!"

먼저 가로질러 지름길로 달리려던 녀석들. 내가 이 쪽 근방을 잘 아는 만큼, 놈들도 이 근방을 꿰고 있었다.

"이 쪽으로 노엘님!"

샛길로, 샛길로, 녀석들이 포위를 할 수 없을 그런 길을 찾아 내질렀다. 가끔, 슬럼가의 사람들의 눈빛이 보였지만 관련되기 싫다는 듯 바로 문을 걸어잠근다. 주위였으니 바스타드 패거리의 비명소리를 들은 모양.

'어디로 가야 하지.'

딱히 정해진 것 없는 퇴로가 막히지 않을 법한 길. 점점 내가 모르는 길로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여긴..."

그리고 결국, 녀석들이 잘 오지 않는 길은 막힌 길 뿐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눈 앞에는 까마득한 슬럼가의 절벽이 나타났다. 가끔 경치가 좋아 놀러왔던 곳.

"젠장할...젠장할..."

몹쓸 슬럼가에서 내려볼 수 있는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손에 가득 묻은 피와 함께, 한 손에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손에 쥔 채로. 동화속에 나오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한 용사의 그림 같기도 했지만, 현실은 슬럼가 양아치들을 피해 절벽까지 다다른 망할 소매치기일 뿐이었다. 서서히 저 멀리 데커스 산맥을 넘어서는 해가 붉은 노을을 아름답게 비춘다.

"노엘님."

"응?"

"제 뒤에 꼭 계시길."

절벽이면, 그 나마 등은 안전해졌다. 그 정도라면...적어도 어찌저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들었다.

"허억...허억...쥐새끼같은 새끼!"

"페튼의 복수를 해주마."

몽둥이 대신 이미 칼로 바뀐 녀석들의 장비. 슬럼가에서 살아가려면 품 안에 단검 하나 쯤은 지니고 다녀야한다.

'젠장할...'

아까까진 몽둥이나, 겁에 질려 휘두르는 단검이라 어찌저찌 통했던 기술들. 이젠 어떻게든 복수하기 위해 각오에 찬 녀석들의 눈빛이 보였다. 상대가 되지 않을 거란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노엘님."

노엘은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내가 소매치기가 아니었다면, 아니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빌어먹을 머저리가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잘했어."

칭찬하듯 그녀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네?"

"이 정도면 진짜 잘했어. 첫 살인치곤 흥분도 빨리 진정시키고, 퇴로도 빠르게 찾고 말이야."

"하지만..."

결국 낭떠러지 앞에서 몰아세워진 초식동물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집에 돌아가자."

"...노엘님?"

그녀가 서서히 그들의 앞에 다가간다.

"뭐야?!"

"인질이다! 잡아!"

바스타드 패거리가 그녀에게 손을 뻗는다. 그리곤.

"어..."

이제 산맥을 넘어서는 해가, 보석처럼 빛나는 노엘의 은빛 머리카락을 비춰준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옆으로 흩날리면서 희고 고운 그녀의 손날이 왼 쪽에서...오른 쪽으로 그어졌다.

'투두두둑!'

피가 반짝이며 반대편으로 흩날렸다. 하늘을 부유하는 여덟 정도 되어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곧 그것들이 땅으로 떨어져 뒹굴거린다.

"갈래?"

장난스러운 그녀의 물음.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를, 그런...그러면서 아름다운 그녀의 손 동작과 다이아몬드보다 반짝이는 그녀의 보랏빛 눈. 그리고 목이 떨어진채로 넘어간 시체들.

"아..."

'털썩!'

공포와 함께 나는 무릎을 꿇고, 이 아름다우며 처절한 광경에 기절하고 말았다.

.

"일어났니?"

누군가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느낌에 눈을 서서히 뜨게 된다.

"어..."

아름다운 여성의 나신.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었다고 착각이 들게 된다. 모두 꿈이었나, 첫 살인을 한 것도...그리고 노엘님이 한 번에 수 명의 목을 손날로 쳐낸 것도...그리고 그 아름다운 뒷 모습까지도.

"헉!"

급히 숨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꿈이 아니라는 자각이 들자마자 현재 왜 누워있는지 기억이 났던 것. 한 번에 믿기지 않는 괴리한 그리고, 아름다운 장면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노,노엘님?"

그녀는 브레지어와 팬티만 입은채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실크 소재의 슬립을 입은 채 굴곡진 그리고 얇은 허리와 하얀 살결이 눈에 띈다.

"그래."

"노엘님! 제가 어떻게 여길..."

지금 있는 곳은 익숙한 그녀의 방이었다. 퀸 사이즈보다 훨씬 큰 것 같은 푹신한 침대 시트와 하얀 커텐, 그리고 비싸보이는 화장대와 테이블이 눈에 띈다.

"쓰러져서 데려왔지."

"...감사합니다."

어떻게 데려왔는지는 모른다. 기절한 성인 남성 한 명을 그녀는 어떤 힘으로 끌고 왔을까.

"그런데."

귀엽다는 듯 내 귀를 주무르던 그녀가 말했다.

"어땠니?"

"네?"

"첫 살인 감촉말이야."

다시금, 바스타드 패거리의 녀석 한 명의 목을 찔렀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두컴컴한 밤, 침대 옆 서랍 위 등불 하나만이 비추는 공간 안에서 나는 다시 그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말았다.

"......"

구토가 쏠리는 기억. 숨이 제대로 나질 않으며, 심장 고동소리가 가파르게 내 귀를 울리고 있다.

"역시 흥분되지?"

"아,아닙니다!"

살며시 나의 하인 상의 위 심장에 손을 올리는 그녀. 천천히 음미하듯 내 거친 심장소리를 듣고 있다.

"아...짜릿한 순간이야. 티르가 드디어 나처럼."

그녀의 행복하다는 얼굴은 다시 날 공포에 물들게 했다.

"변해가고 있잖아."

"노엘님! 바,밤이 늦었습니다. 저는 이만..."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노엘은 내 손목을 잡고 내 위로 올라탔다.

"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는 일개 하인인 몸!"

"그러니까."

천천히 그녀가 내 몸의 살냄새를 맡으며 흥분한 고양이마냥 숨을 내뱉고 있다.

"내것인데 왜 이러면 안되는데?"

"노엘님..."

그녀의 눈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복감과 쾌락. 그리고 내가 살인을 했다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으로 가득차 보이는 그녀. 실수니 난 과실치사 정도로 생각이 드는데, 그녀는 가볍게 바스타드 패거리의 목을 한 번에 쳐냈단 것을 생각해낸다.

'안돼!'

살인마, 그리고 괴물. 내 머릿속에는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제대로 인식되었다. 대체 어떤 수를 쓴 것인지 모르지만 그녀는...너무나 위험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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