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나는 급하게 엘리자를 흘겨보았다. 마치,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그저, 홍차를 들며 마시고 있는 그녀.
'못 본 척 해주시는건가?'
보통 백작가에서 윗 사람 앞인 와중, 이런 행위를 했다간 경을 칠 노릇, 게다가 새어머니라도 어머니인 그녀 앞에서는 백작가가 아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그런 실태였다.
"더 줄까?"
"아,아닙니다. 충분히 목이 적셔진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은 노엘. 엘리자는 홍차를 천천히 내려놓고 입을 연다.
"다른 영지에서 너에게 보내온 서찰들이 있단다."
"그래요?"
"...그렇다. 대부분 정략혼인을 위해 온 편지들이지만, 네가 원하지 않으면 돌려보내마."
백작가에서 영애를 편애하기 때문에 배려를 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들려왔지만, 지금 내 귀에는 엘리자가 열심히 노엘이 분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라고 하세요. 대신 아시죠?"
"...일단 편지를 부쳐보마."
한숨을 내쉬는 그녀.
'혼담이 오고 간 사람을 불러들인다고?'
그 뜻은 노엘 또한 결혼을 할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 질투나니?"
"노,노엘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거짓말."
그녀가 무엇을 하든 공포심 때문에, 전혀 질투심이 나질 않았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거짓말임을 강요하고 있다.
"예, 거짓말입니다."
"그럼 질투가 난다는 말이네?"
"예."
"걱정 마. 그들 중 살아돌아가는 이들은 없을거니까."
"예?"
다른 영지에서 혼담을 위해 온 귀족가의 도련님들이 왜 살아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노엘이 엘리자를 쳐다본다. 대신 이야기를 해주라는 듯한 제스쳐.
"시종이니 알 필요도 있겠지. 노엘은 지금까지 왔던 혼담들을 결투로 받아들였다. 목숨을 건 결투를 통해 스스로 내 남편이 될 사람이 맞는지 고르겠다는 명분이지."
"아..."
"그리고 지금까지 다섯의 남자들이 찾아왔고 전부..."
그 뒤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데커드의 영애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녀와 결투를 벌여야 한다.
'그럼...노엘님의 무력은...'
결투에 자신이 있던 놈들 또한 꽤 왔을 것인데, 모두 목이 베어져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론...구혼용 편지가 왔다 해도, 우리가 보낸 답장에 응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다섯이나 죽였다고 했다. 어지간한 담이 큰 사람들도 오지 못할 것. 허나, 가끔 자신의 무위를 높게 사는 기사수업을 출중히 받은 귀족들이 찾아올 수 있을건데...어째서 없을 것이라 단정짓는 것일까.
"차가 식었구나."
천만다행이라는 듯한 엘리자의 말.
"백작님은 뵙지 않고 갈 것이냐?"
"흠, 오늘은 특별히 뵈고 가죠."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자.
'백작님을 뵌다고?'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칩거에 들어간 사무엘 데커드. 그렇기 때문에 백작가 내에서도 거의 전설로 취급되는 사람이었다. 슬럼가에서는 엘리자가 독약을 먹여서 죽였다라는 소문이나, 엘리자의 부하들이 사무엘을 놓고 협박을 해서 목줄을 쥐고 영지를 먹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침실에 계신단다."
위 층, 원형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 세 사람. 주변 하인들이 달려와 보위를 하려 하지만 엘리자는 가볍게 손을 들어 그들을 내보낸다.
'끼이이익!'
다른 곳보다 더 화려한 장식이 수 놓아져있는 문. 그 문이 열리고 노엘의 방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빛나는 물건들이 가득한 방이 눈 앞에 보여진다.
"시종도 같이 들어가게 할 것이니?"
"네."
"...그러려무나."
엘리자는 노엘을 막지 않는다. 아니, 막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당당히 단화의 구두굽 소리를 내며 들어가는 엘리자와 삐적거리며 겨우 안으로 들어간 나.
"...노엘이더냐?"
낮고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아버님."
가볍고, 무례일 것 같은 살짝 고개를 숙이는 예법을 올리는 노엘. 난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바로 고개를 숙인다.
"오랜만이구나."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엘리자처럼 공포에 물든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무례를 각오하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
그저 온 몸이 마르고 주름진 노인. 하얀 수염과 백발이 성성한 그런 노인이 축 감겨들 것 같은 눈으로 노엘을 바라본다. 저 사람이...이 영지의 주인이자 정상인 사무엘 데커드. 병자였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런 그가 마치, 동네의 허름한 판자촌 할아버지처럼 생긴 평범한 노인같아 오히려 더 놀라웠다.
"건강했던 것 같구나."
"네, 저야 항상 건강하죠."
"...뒤의 아이가 하인이구나."
"네."
즐겁다는 듯 대답하는 그녀. 사무엘 데커드, 이 백작가의 주인이자 이 영지에서 신과 같이 군림하는 사람. 그런 그는 텁텁한 듯한 입술을 열며 내게 물었다.
"괜찮느냐?"
많은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잠깐 내게 질문한 것인지를 잊고 잠시 멍해졌다.
"네?"
"......"
다시 질문하진 않고 그는 빤히 날 바라볼 뿐이었다.
"아, 저,저는 데커드 백작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며, 지금 또한 노엘님의 자비로움 안에서 충성심을 가지고..."
백작의 눈이 날 간파한 것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앙상한 몸이었지만, 그의 눈은 판자촌에 사는 노인처럼 인생을 잃어버린 눈도 아닌...뭔가를 담은 듯한 큰 그릇과도 같은 보랏빛 눈동자였다.
"살고...있습니다."
"그렇구나."
이불을 살짝 거두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급히 엘리자가 다가와 그의 팔을 잡는다.
"됐다. 오늘은...날이 아니니."
"...예."
엘리자는 천천히 그의 팔을 놔주고 킹 사이즈 수준의 침대에서 일어난 백작은 굽은 허리를 살짝 피며 날 바라봤다.
"그래. 그렇게 되었구나."
천천히 그가 자신의 수납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제일 윗 수납장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전에 부탁했던 것이다. 받으려무나..."
말이 세어나오며 휘청거리는 백작. 그런 그를 지지하려 엘리자가 달려들려 하지만, 백작은 손으로 그녀를 막는다. 천천히, 그는 노엘에게 다가가 작은 상자를 건넨다. 그것은...
'반지 상자?'
꼭 반지 케이스처럼 작은 검은 상자였다.
"고마워요. 아버님."
"...아니다. 네가 행복한 것은 내겐 축복일지니..."
뒷 말을 삼키며 날 바라봤다. 살짝 그의 눈에선 죄책감...같은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아직 거동이 가능할 때 와줘서 고맙구나. 그만 가보려무나."
"예. 그럼."
살짝 치마를 올리며 고개를 숙이는 노엘을 따라, 나는 급히 허리를 숙인다. 백작은 천천히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아 엘리자를 바라본다.
"엘리자, 목이 마르구나. 날 위해 물을 다오."
"예. 백작님."
어찌보면 부드러운 축객령이 될 수 있었다.
'달칵!'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 둘은 천천히 원형 계단을 내려온다.
"흐음! 드디어 얻었네."
"...그게 무엇입니까?"
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싶어하던 물건이지."
노엘이 가장 원했던 물건이라...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저 탐욕스러운 괴물이 원하던 것. 어찌보면 공포스러운 동화 속에서 괴물이 원하는 관심사로 시선을 돌려 도망칠 수 있는 그런 힌트같았다.
"궁금하지?"
또 개구쟁이의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단호히 아니라고 말했다.
"왜? 아직 보지도 않았잖아?"
"시종으로서 주인님의 물건을 궁금해하지도, 탐하지도 않는 것이 도리라고 배웠습니다."
"뭐, 나중에 알게 될거니까. 그 때 충분히 알게 될거야."
베시시 웃으며 그녀가 내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
"가자."
이젠 손을 잡지 않고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그녀. 또 그녀의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얇은 실크 드레스의 옷 사이로 느껴지는 감촉은 내겐 아직 너무나 생소하며 뜨거운 느낌이었다.
"노엘님...이곳은 노엘님의 안집이지 않습니까?"
저택 자체가 으리으리하게 넓어, 중간에 무엇을 하든 볼 사람들도 많이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넓은 저택에서 에스코트도 안 해주는거야? 발이 아픈데."
내게 의지해서 걷겠다고 말하는 그녀.
'분명 도망치고 있을 때...'
가볍게 뛰는 것 같은 그녀는 내가 양아치들을 피해 도망치는 속력에 맞춰 따라와 주었다. 어떻게든 잡아 끌려고 했던 내가 놀랐었던 부분. 그러니, 그녀는 지금 절대 다리가 아플 리가 없다.
"...가시죠."
그러나 그녀의 명에 불복하는 것은 무리였다. 둘은 팔짱을 낀 채로 마차 앞까지 다가갔고, 겨우 그녀의 팔짱을 뗀 다음 손을 잡고 마차에 들려주었다. 마부가 다시 말들을 몰고, 가벼운 투레질 소리와 함께 마차는 서서히 백작가의 저택을 빠져나갔다.
"어때?"
"네?"
"오늘 내 가족 봤잖아. 아버지, 어머니...아, 내 남동생은 못 봤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러 가자."
느낌적으로 그 커틀 데커드란 그녀의 남동생은 노엘과 만나기 싫어할 것 같았다.
"흐음."
소중한 듯 오른 손에 쥐고 있는 검은 색 케이스. 신경쓰였지만 점점 옆으로 다가오는 그녀가 더 문제였다.
"노엘님...밖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으로 들어가면 마음껏 안아도 된다는거겠지?"
"안됩니...아닙니다. 안는 것이라면야..."
어찌저찌 그녀와 친해서 프렌드쉽으로 안았다는 변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그걸 믿어줄 사람도 없으려나.'
남녀가 둘이서 방 안에서 안고 있다는데 그게 프렌드쉽이라니.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마차는 백작가의 성을 지나, 노엘이 사는 별장 용 성채로 향했다. 호숫가의 큰 섬에 지어졌다는 노엘의 성. 다리를 지나 문이 열리고, 언제든 환대를 하고 있는 집사가 뒷짐을 진 채로 인사를 올린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어, 오늘은 짜증나는 년 얼굴을 봤으니 단게 땡기네. 오늘 저녁은 달콤한 종류의 화이트 와인이랑 연어요리로 준비해줘."
"예."
식겁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가 말한 짜증나는 년은 누가 들어도...엘리자 데커드 였으니까.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그저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
"티르님."
집사는 내 이름을 부르며 님이라는 말을 붙였다. 생각해보면 그는 지금까지 내게 존댓말을 붙이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예?"
"아, 아가씨. 잠시 티르님을 양도받아도 괜찮겠습니까?"
살짝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건드리는 그녀.
"잠시면 됩니다."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는 집사에 흥하며 돌아선 노엘.
"얘기 끝나면 올려보내."
"예."
그녀가 계단을 오르고, 집사는 천천히 날 바라봤다.
"백작가 내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난 노엘이 하녀에게 했던 일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일들을 집사에게 전해주었다.
"...그렇군요. 백작님께서는 괜찮아지셨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걸을 수 있다라는 말이 건강하거나 괜찮냐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이 되질 못할 것이다. 집사가 원하는 대답은 입발린 좋은 소리가 아닌 내가 직접 느낀 경험이었기에, 애매한 모른다는 답변이 충분했으리라.
"아가씨께서 원하시던 물건이라..."
검정색 케이스에 대해 이야기해주자 고민하며 수염을 쓰다듬다, 집사는 빤히 날 바라봤다.
"어쨋든 알겠습니다. 곧, 디너 타임이니 셰프에게 연어와 화이트 와인을 준비시켜야 겠군요."
잠시 내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다. 생각해보니, 늦게 일어난 뒤로 홍차...를 노엘에게서 받아먹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프시군요?"
"아, 예..."
"같이 가시죠. 셰프에게 말해두면 하인들에게 몰래 주는 간식들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됩니까?"
집사, 시종장인 그가 몰래 음식을 빼돌리는 것을 당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하인으로서 덕목만 지킨다면야, 어느 정도의 선에서 있는 일탈은 용인해드릴 수 있는 법이죠. 일 또한 충실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소소한 일탈로 게으른 짓과 다른 악행을 막는다는 이야기. 몰래 빼먹는 간식같은 것이 하인들과 하녀들에겐 꽤 큰 장난질이었으며, 그것으로 다른 일탈은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야, 제 직권을 이용해 음식을 몰래 빼먹지 말라는 엄포를 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걸리면 벌을 받는다는 배덕감을 키워줘야 그들이 이 일에 더욱 집중할테니까요."
"하하!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시종장님. 여기 있습니다."
셰프는 이미 집사의 사람인 듯 눈을 찡끗하며, 접시 위에 가벼운 비스킷들과 과일들을 올려주었다.
"하인들 말고도 다른 이들도 이렇나요?"
"병사들 또한 꽤 로비를 주고 맛있는 디저트가 나왔을 때 빼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뇌물에는 담배와 고향에서 보내왔다는 특제 럼주가 있죠."
"하하, 담배보단 럼주가 좋지. 가끔 집사님과 함께 즐기기도 한다네."
내게 웃어준 셰프는 연어를 들고 요리를 시작했다.
"아..."
"만약 모든 것을 억압하고 강압적으로 굴게 된다면, 전시체제에서는 꽤 올바른 장군이 될 수 있으나, 평화적인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바보 대장이 될 뿐입니다. 용인해줄 것을 용인해주고 덮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천천히 비스킷을 받아 입에 넣었다.
"집사님은...과거 어떤 사람이었나요?"
이런 넓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잘 본 적이 없다. 고주망태가 되어 떠들던 중년의 다리 잃은 모험가, 혹은 집안을 말아먹고 주저앉은 노인들의 이야기들을 생각해봤을 때, 나이를 먹는다고 지혜가 많은 것은 아니란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곧은 허리와 멋진 콧수염을 가진 노년의 집사는 날 보며 웃었다.
"그저, 과거 전대 백작님을 모시던 일개 하인이었을 뿐입니다."
데커드 백작가는 전대 백작이 전쟁을 통해 큰 활약을 거뒀고, 지금의 데커드 영지를 하사 받은 전쟁 영웅 일대기를 담은 백작가였다. 수 많은 귀족들이 데커드 백작가의 아이들과 자신들의 아이를 혼인시키기 위해 편지를 부치며, 다양한 선물과 함께 영지를 드나들었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들락날락 하는 귀족들과 상인들은 내겐 좋은 먹잇감들이었다.
'혼인서약을 하기 위해 수 많은 귀족들이 찾아왔다...'
그 안에는 분명 노엘 또한 포함된 이야기였을 것이다. 집사는 가볍게 포도 하나를 들고 입에 넣으며 말한다.
"전대 백작님은 아가씨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네?"
"그렇기 때문에...티르님이 꽤 저희에겐 꽤나 중요한 위치입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려 했지만, 애초에 전대 백작이 어떤 사람인가도 잘 모르는 내겐 어려운 수수께끼와도 같은 말, 조각이 몇 개 빠져 완성되지 못하는 퍼즐이었다.
"이제 가보시죠."
충분히 비스킷과 과일을 즐긴 내게 노엘에게 가보라며 권하는 집사.
"네..."
지금까지 백작가에 와서 몇 없는 즐거운 다과시간이었다. 허름한 셰프의 음식출납구 앞에서 간식을 빼먹는 일이 이렇게 즐겁다니. 화려한 발코니로 장식된 계단을 오르며 빛나는 샹들리에를 바라보다 한숨을 쉰다.
"하아..."
음식이 나오는 그리 장식도 없고 투박한 음식출납구와, 허름한 슬럼가의 내 방이 지금 이 화려한 계단에 달린 발코니보다 훨씬 정겹고 아름다웠다.
'똑! 똑!'
"노엘님."
저녁시간이 이른 애매한 시간. 난 문을 두들겼고, 노엘의 들어오란 말에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티르♡"
천천히 안으려드는 그녀. 젠장할...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