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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 Chapter 9: Yandere Youngae 9

* * *

"티르♡"

노엘이 내게 안겨들었다. 그녀가 천천히 내 목 주위에 얼굴을 가져다대며 숨을 쉬는데, 꽃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고, 그녀가 다가옴에 따라 나도 모르게 뒷걸음쳐 등에 문이 닿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왜 그러니?"

노엘의 물음. 겁에 질린 공포물의 주인공처럼, 나는 벌벌 떨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품에 안겨들며 내 허리를 감싼다.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사슬에 감긴 것 마냥 떨고 있는 나를 보는 그녀.

"네,네?"

"떨고 있으니까, 걱정돼서. 어디 아프니?"

그녀는 왜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호랑이에게 2미터 정도 즘 되는 절벽은 아무 것도 아니다. 허나, 호랑이와 비교하자면 아주 작은...호랑이에겐 요깃거리도 되지 않을 법한 그런 동물에겐 3미터는 까마득한 절벽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 그대로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는 나완 삶이 다른 그런 종류의 상위 개체 포식자 같은 것이었다.

"아닙니다...그저, 노엘님이 아름다워서..."

"입."

"네?"

그녀가 날 올려다보며 말을 건넨다. 천천히 속삭이며 다시 말한다.

"입."

최대한 빨리 그녀의 의도를 해석해야 했다. 화가 나지 않게, 그녀가 다시 입술을 깨물지 않도록.

'설마.'

천천히 나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내렸다.

'텁!'

허리를 잡았던 그녀가 내 얼굴을 잡는다. 그리고 작은 입술이 내 입술과 맞닿았다.

"하아..."

숨결이 들려온다. 그리고 입술에서부터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물체.

'혀,혀?'

벌려야 하는 것일까? 두려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때, 그녀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내 머리를 잡은 채 천천히 혀를 침범하려 드는 그녀.

'벌려야 한다.'

의도를 해석했다. 그녀에게 입을 벌리지 않는다면 추궁이 들어올 것이며, 난 또 변명을 생각해야 했기에.

"하아아...츄릅!"

점점 그녀가 혀를 강하게 밀고 들어왔다. 입을 벌리고 내 혀와 그녀의 혀가 섞이는 것을 느낀다. 오묘하고, 또 몽롱한 감각이 맴돌고, 다리에 힘이 풀릴 것처럼 피가 너무 빨리 도는 듯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비스킷 맛이네."

이곳에 올라오기 전, 집사와 같이 농담을 치며 비스킷을 먹었었다.

"......"

"달콤해."

그녀와 언제 키스를 할 지 모르니, 매번 그녀가 좋아할만한 요리를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다시 할래?"

흥분한 듯한 그녀의 얼굴. 차가운 유리같은 그녀의 얼굴에 작게 홍조가 피어올랐다. 내 기준에선 그 모습은...새하얀 눈 밭 위에 피어난 붉은 꽃 같아서 유혹적이다 말할 그런 모습이었다.

"노엘님. 곧 저녁 시간입니다...그..."

천천히 그녀가 내 손목을 잡고 있다.

"얼마나 날 더 알려주면 되겠니?"

노엘의 물음.

'이 뜻은...'

다시 깊게 그녀의 의도를 해석해본다. 어제 나는 그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충분히 안 후 우리는 함께 하자 약조를 한 셈. 그래서 그녀는 날 가족들이 사는 백작가로 데려갔다. 이제 그녀는 묻는 것이다.

'내 궁금증이 얼마나 되는지.'

눈동자를 굴린다. 적절할까 싶지만 일단 답을 내어놓았다.

"노엘님께서는...어떻게 자라오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나의?"

"네,네.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추억을 쌓고 지냈으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떤 것을 싫어하며, 또...취미와 특기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불만 가득해보이는 그녀의 표정. 허나, 약조한 것이 있기에 그녀는 날 건드릴 수 없는 조건을 지킬 것이다.

"그래."

천천히 그녀가 뒤로 물러난다. 하얀 백색의 드레스를 입었으며, 은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천사 같았지만, 그녀의 바램은 천사와는 다른 그런 종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악마...'

내가 다른 여성과 말을 건네는 것을 혐오한다. 날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손목을 부러트리고 다른 이의 손가락을 부러트리며, 팔을 절단내버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남의 목숨은 초파리 같이 손날 한 번으로 베어넘길 수 있으며, 난 그런 그녀의 앞에...

'먹이.'

그런 그녀가 흥미를 잃어버리는 순간, 내 목 또한 바스타드 패거리처럼 흙바닥을 뒹굴 수 있었다.

"난 널 좋아해."

"네?"

"내가 좋아하는거. 오랫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다음 생도 그 다음생도 그리고 그 언제까지나 난 너를 사랑하고 또 만져주고 아껴주고 소중히 대하고 싶어해...♡"

부끄럽다는 듯이 웃는 그녀의 말에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을 뻔 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말로만 따지자면, 난 그녀가 흥미를 잃었을 때 죽는다는 가정이 사라지는 셈이 된다.

'다행이라 해야...하는가.'

오히려 더 큰 악조건이 만들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영원함이란 때론 더 없이 가차한 말이 될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시,싫어하는 것은요?"

"티르, 네 주위에 다가오는 모든 여자가 싫어. 그 여자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말을 나누는 것도, 눈을 맞추는 것도, 웃는 것도...그저 날 향해서 너의 아름다운 눈을 보여주며 웃어주면 돼."

이 아름다운 짐승은 나를 가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그녀가 기사라면 이미 모든 갑주을 착용한 채, 렌스를 들고 말을 몰며 내 목을 찔러들어오는 것 같았으며, 마녀라면 난 이미 족쇄와 수갑을 차고 그녀의 앞에 놓여진 제물이 된 기분이었다.

"노,노엘님?"

"왜?"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를 생각했다. 빠져나간다? 이번에 빠져나가면? 다음은? 그럼...난 도망쳐야 하는건가? 그 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느낌.

'여기 백작가 사람들이...'

처음 그가 이 성에 왔을 때 느꼈던 이상한 기분. 병사들이 날 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어디로 가는지 물어왔던 기억, 그리고 집사나 하인들이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면 꼭 한 명 씩 붙었던 기억. 욕탕에 혼자 있을 때와 잠을 잘 때 외에는...

'한 번도...혼자 였던 적이 없어.'

마치 포로 같은 상황. 그들은 날 감시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성은...'

거대한 호수 위에 섬에 지어진 성. 말 그대로 도망치기 위해선...

'저 다리 밖에...'

창문에 보여지는 저택과 땅을 잇는 넓게 이어진 다리가 보인다. 도망칠 수 없다. 이 곳은 별장이자 천해요새 같은 곳.

"아..."

감탄이자 절망의 단말마. 머릿속을 휘어감는 집사의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들.

[만약 모든 것을 억압하고 강압적으로 굴게 된다면, 전시체제에서는 꽤 올바른 장군이 될 수 있으나, 평화적인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바보 대장이 될 뿐입니다. 용인해줄 것을 용인해주고 덮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 뜻은...어떻게 보면 내게 해주는 말과 같다.

'용인을 해준다?'

내가 지각을 하는 것도, 제대로 된 예법을 갖추지 못하는 것도, 그러면서 노엘에게서 벗어나려고 생각을 하는 것도 집사의 머릿속에서는 용인되는 포로의 숨통이었다.

[당신은 아가씨의 사유재산과 같습니다. 전 그저 백작가의 시종장일 뿐이지요. 다친 팔을 한 아가씨의 사유재산이 무리를 해서 상처가 더 심해지게 된다면, 그것은 제 책임일 뿐이니 환자일 때는 환자답게 주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회에 들어갈 때 했던 집사의 말. 사유재산, 그리고 책임. 보통 시종장이 하인을 위해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 보통은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이다.

"왜 그러니?"

창문을 열어둬서 바람이 흘러든다. 머리카락이 사르륵 거리며 흩날리는 노엘의 모습. 백의를 입은 은빛 머리칼의 천사. 하얀 피부를 가져 모든 것이 하얀 그런 깨끗함을 가졌으며 보랏빛 눈은 눈 위의 밤에 빛나는 별 같았다.

"아..."

제대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그녀의 거대한 설산에 갇힌 한 마리 야생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 때 쯤, 지금까지 많은 의구심 중 하나가 풀린 기분이 들었다.

"허억!"

숨이 가빠져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역시 아픈거야? 왜 그래?"

지금까지 등신처럼 좋다고 하인으로 다녔던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졌다.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쳐야 했다.

'아직...아직 기회는 있을거야.'

내가 사는 곳을 알며, 내가 어디로 가든 그림자처럼 이 저택의 사람들이 붙는다. 그렇다면...

'바보 행세를 해야해.'

지금까지처럼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노엘님만 조심하는 바보 하인 행세를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안심하고 날 잠깐이나마 놓아줄 틈이 생길 것이다. 소매치기를 하며 위험한 순간이 많았고, 어디에 가둬졌던 기억도 있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쳤던 기억들. 지금 이 난관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칠옹성의 감옥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닙니다. 노엘님. 그저...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누워있을래?"

날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 그래, 그녀는 내 아군이자 최악의 적이 될 사람이었다. 그러니...

"노엘님. 죄송하지만 잠시 앉아있어도 되겠습니까?"

노엘은 내 팔을 부축해주며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혔다.

'아픈 척을 부리면서 동정심을 유발시켜 도망칠 순간을 노릴까? 아냐...자연스럽게 이 저택을 나가기 위해선 내가 아프면 곤란해.'

아픈 척을 해봤자 쓸모 없는 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 가는 일도, 이젠 노엘이 교회에서 사람을 출장시켰다하니 불가능하다.

'씨발, 거의 모든 패가 없잖아.'

교회에 갔을 때, 그 때가 천재일우의 기회였음을 인지했다. 이 바보같은 무지함을 속으로 욕하며 다른 수를 계산해본다.

"노엘님."

"응?"

"제가 듣기론 노엘님께서는 혼약을 위해 오는 남성들과 결투를 벌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응."

머뭇거리던 나는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노엘님께서는 얼마나 강하신 분이십니까?"

던졌다. 의심을 받을 수 있지만,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할 충분한 변명거리 또한 계산해두었다.

"그게 왜 궁금한데?"

그녀의 눈이 게슴츠레 해진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노엘님에 대해서 전부를 알고 싶다고."

그녀가 나에게 빠진 만큼, 나도 그녀에게 빠진 연기를 해야 한다. 유랑극단의 연기자처럼, 혹은 몰래 훔쳐보았던 고급 활극의 배우처럼. 나는 그녀에 대해 미치도록 궁금하다는 표정과 행동을 지어야 했다.

"그렇지? 나는..."

그녀가 잠시 머뭇거린다. 마치,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고민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아까까진 음란한 요부이자, 사랑에 빠진 아가씨 였었던 그녀가 부끄러움을 타는 요조숙녀가 된 것 같았다.

"아, 티르."

"네?"

"너는 강한 여검사가 이상형이라고 했지?"

전에 소피아와 헤어질 때...'나는 강한 여검사가 이상형이니까, 응원해줄게'라는 부끄러운 멘트를 날린 기억이 났다.

'잠시만. 그걸 언제 어떻게 본 거지?'

소피아의 붉은 볼와 함께 '몰라!'라고 하며 빽 소리를 지르고 떠나던 그 날. 그녀는 내가 말했던 유일한 이상형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추리가 맞물려지지 않는다. 또 다시 머리가 아파왔지만 일단 대답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예. 저는 강한 여검사가 이상형입니다."

"역시 그렇지? 그럼 내일 보여줄게."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마치 비싸고 갚진 비단을 만지는 봉재기능사처럼 조심스러운 손으로 내 턱과 입술을 쓰다듬었다. 뭘 보여준단 것일까?

"아, 곧 저녁시간이네요. 내려가서 저녁요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더 캐묻게 된다면 의심을 살 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바보같이, 그리고 그녀를 무서워하며, 어려워하는 하인으로 날 위장해야 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외줄타기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잠깐만."

그녀가 말을 건네는 것 자체가 내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

"이별의 포옹."

안기라는 듯 양 팔을 벌린 노엘. 잠깐 내려가는 것일 뿐인데 이별이라니? 나는 주춤거리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빨리 돌아와야해."

그 말에 억지로 대답한다.

"항상...곁에 있겠습니다."

"하아아...티르♡"

천천히 그녀가 내 가슴 팍에 머리를 비빈다. 그녀는 진심으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눈물까지 그렁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그녀를 보는 것에 두려움을 가진다.

"다녀오겠습니다."

급하게 그녀를 떼어놓고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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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늘 저녁입니다."

집사가 내려온 내게 연어구이와 화이트 와인이 담긴 트레이를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으론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아가씨의 디너인데 요리를 식힐 순 없으니까요. 이것은 집사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잠깐."

집사의 말에 베시시 웃으며 난 그를 바라보았다. 그저, 집사의 배려를 받아 기분이 좋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왜 그러시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예?"

"표정이 밝아보여서요. 마치."

천천히 그가 다가와 내 흐트러진 옷깃을 잡아 세워준다.

"연기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때 그의 진정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 노엘의 눈빛과는 다른...내 기억 상 있었던.

'공포.'

사냥감을 노리는 밤거리에 나타난 늑대녀석의 눈빛과 닮아있었다.

"하,하인이니까 항상 얼굴을 피고 있어야 노엘님도 좋아하실 것 아닙니까?"

"흠, 그렇군요. 그럼 수고하시죠."

"예!"

더욱 과장스럽게 인사를 올리고 올라갔다. 들키진 않았길 비는 내 등 뒤로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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